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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The Hours, 2003)

by 모두의 진정성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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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티븐 돌드리

출연 : 니콜 키드먼, 줄리안 무어, 메릴 스트립, 에드 해리스

1. 각기 다른 시간의 인물들, 그러나 연결고리가 있는

 

이 영화는 다른 시간을 살아온 세 여인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세 사람의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세대별로 진행됩니다.  세 여인의 삶 속에는 우울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때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의 어느 하루,  버지니아 울프라는 여류 소설가는 소설을 집필 중입니다. <댈러웨이 부인> 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에 빠져있습니다. 그녀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이 있음에도 항상 깊은 우울이 있습니다. 어느 날 저녁식사를 앞두고 그녀는 무작정 집을 나가 런던행 기차역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과 동생이 그녀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갑니다. 그녀는 자신을 아끼고 좋아해 주는 남편과 동생이 있지만 잠시 동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은 채 기차표를 품 안에 고이 간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다시 혼자만의 탈출을 감행하여 루이스의 우즈 강에서 자살을 합니다.

 

1951년 미국 LA의 어느 하루. 로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 빠져있는 있습니다. 둘째를 임신한 상태이며 세 살 난 아들 리처드와 남편 이렇게 세 식구입니다. 어느 날 남편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고 남편의 생일날 남편은 로라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생일상을 손수 차립니다. 아들 리처드와 함께 생일 케이크를 만들던 중 갑작스러운 일상의 염증을 느낀 로라는 집을 뛰쳐나와 호텔로 갑니다. 거기서 자살을 생각하다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만듭니다. 둘째를 낳은 후엔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겠다고 다짐하면서 로라는 실제로 아들과 남편을 버리고 떠납니다.

 

2001년 미국 뉴욕의 어느 하루.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출판 편집자인 클래리사는 지금 옛애인인 리처드의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 로라에 대한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온 리처드는 지금 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꽃도 사고 음식도 준비하고 파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클래리사는 리처드를 찾아가지만, 그는 그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클래리사가 보는 눈앞에서 5층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맙니다.

 

 

2. 떠나간 자, 남겨진 자 모두 불행하다.

 

영화를 봤을 때는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자신을 사람들을 등지고 떠나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화가 남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저렇게까지 큰 상처를 남기고 갈 정도로 힘든 인생도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런가 하는 의문이 더 컸던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우울의 깊이는 너무나도 전달이 잘 되어서 보면서도 많이 힘들었지만 끝까지 보았고 이상하게도 계속 기억이 나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들고 다시 이 영화를 다시 곱씹어 보니 주인공들 모두 현대 의학으로 보면 "우울증"에 해당하는 거 같습니다. 우울증이란 게 의지로 이겨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에너지도 없을뿐더러 타인을 향한 에너지를 전혀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건데, 그러면 사는 게 정말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전염이 된다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주변인들에게 전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은 우울함을 견디지 못하였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남겨진 자들은 남겨진 대로 버려졌다고 생각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이 못되었다는 무기력함에 시달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리처드의 삶이 슬펐습니다. 세 살  리처드가 창문에서 뛰어내린 그 리처드라고 알았을 때는 가슴이 너무나 먹먹해서 힘들었습니다.

 

3. 총평

 

배우들의 깊은 내면의 연기가 일품인 영화입니다. 다른 시간대를 산 세 여인의 아픔을 잘 녹아냈습니다. 그 주인공들 주변 인물 묘사도 잘 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단 한 번만 보았던 영화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영화는 시간이 지날 때마다 다시 찾아보고 찾아보고 하는 사람인데요. 이 영화만큼은 두 번을 볼 용기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우울감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 밝고 맑았던 20대 때에 봤어도 한동안 헤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지금은 불안과 우울이 많은 때라 영화를 보기는커녕 리뷰할 때도 마음이 힘들 것 같아 안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영화라서 리뷰를 작성해봤습니다.

저는 지금 불안장애가 있는데요. 이 우울함과 불안함에서 해방되고 싶습니다. 이 감정들 때문에 저를 소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갑작스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네요. 이상 리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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